막연한 환상을 가진 개발자의 스타트업 좌충우돌 경험기
주의
이 글은 스타트업에 환상을 품고 있었던 한 개발자가 실제로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겪은 경험의 일부를 담고 있다.
모든 스타트업이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과 같지 않으며 필자가 직접 겪은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이므로, 과하게 몰입하거나 일반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는 현재 특정 산업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재직중인 개발자다. 입사 전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우연히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고 입사까지 하게 되었다.
입사한 후 느낀 스타트업의 분위기는 기존에 경험했었던 회사들과 사뭇 달랐다. 이름이나 직책 대신 영어로 된 닉네임을 사용했고 '싱크(Sync)', '컨텍스트(Context)', '그레이 존(Gray Zone)' 같은 낯선 영어 표현들이 업무 곳곳에서 사용되었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업무를 능동적으로 탐색하며, 타 부서의 일이라도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태도를 보여줬다. 필자는 입사 후 약 6개월 동안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보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 방식에 적응하느라 꽤나 많은 애를 먹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우선 필자가 스타트업에서 직접 겪은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소통의 중요성
- 신뢰 기반의 업무
- 문제 해결자로서의 개발자
- 늘 촉박한 일정
-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
1. 소통의 중요성
스타트업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크게 깨달았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감정적으로 즉시 반응하기보다는 시일이 지난 후 다시 이야기하면 의사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감정을 다스리고 타이밍을 고려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
2. 업무는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우리 팀의 헤드는 때때로 기한이 매우 촉박한 업무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업무를 지시하곤 했다. 수습 기간이었던 탓도 있지만, 필자는 주어진 일을 최대한 기한 내에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신뢰를 얻게 되었고, 이후에는 더 중요한 업무들을 맡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는 신뢰가 곧 기회라는 사실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3. 개발자는 코딩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입사 전에는 개발자는 ‘코드만 잘 작성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다양한 유관 부서로부터 수많은 요구사항이 들어왔다. 통계 데이터를 요청받기도 하고, 제품 운영 중 발생하는 이슈 해결을 위한 대응도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개발자는 단순히 코딩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발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기회비용을 고려해 운영 매뉴얼을 작성하거나, 시스템이 아닌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4. 시간에 항상 쫓겨야 했다
시장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빨랐고, 가능성을 감지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항상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급하게 처리했던 일이 사실은 급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일이 갑자기 급해지는 일도 많았다.
예측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늘 속도와 우선순위를 고민하며 일해야 했다.
5.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은 항상 존재했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시장이 커짐에 따라 경쟁자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었다.
시장 자체의 변동성이 크다 보니, 언제든 사업 구조나 전략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
회사가 문을 닫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일하는 날들도 있었다.
스타트업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답은 없다. 다만 화려한 겉모습만 보지 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와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냉정하게 판단해보길 바란다.
이 글이 스타트업을 꿈꾸거나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